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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웃었다 울었다' 조울증이 더 위험하다.
 작성자   미래병원  등록일   201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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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22)씨에게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06년12월 군복무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자꾸 우울해 입맛이 없고 몸도 축축 쳐져 늘 피곤했다. 하지만 3개월 뒤부터는 상황이 정 반대가 됐다. 기분이 들뜨고 의욕이 넘쳐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스로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 하다 급기야 선임병들에게 대들기까지 했다. 결국 군 병원에 이송돼 4주 가량 입원 치료를 했고, 요즘은 약물 치료 중이다.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 등으로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우울증의 약 3분의1을 차지하는 조울증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말한다. 우울증은 대개 본인이나 가족들이 감지할 수 있지만, 조울증은 감정 기복이 심해 단순히 성격적인 결함으로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재발 잦고 완치 어려워

자살 원인의 90%는 정신과적 질환이며, 그 중 50~75%는 우울증 때문인 것으로 보고돼 있다. 문제는 우울증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조울증은 자살률이 약 20%로 우울증 전체의 자살률 15%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미래병원 정신과 권혁일 원장은 "조울증은 진단이 쉽지 않고, 주변에서도 그저 변덕이 심하거나 결함이 있는 성격으로 생각할 뿐 심각한 질환으로 여기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권원장은 "이 때문에 조울증은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각별한 관심을 갖거나 도움을 주지 못해 자살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어제까지 밝게 웃던 사람이 갑자기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조울증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래병원 정신과 황익근 원장은 "조울증은 우울증보다 재발이 잦고 병을 앓는 기간도 길어 자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특히 기분의 변화가 심해 직장이나 가족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 조울증이 있으면 기분은 우울하지만 에너지는 충만하거나, 매우 초조해하는 등 증상이 무척 다양하게 나타나 충동적으로 행동할 위험도 높다.

■의사들도 진단 쉽지 않다

조울증(躁鬱症) 또는 조울병은 기분이 들뜨면서 자신감과 의욕이 넘치다(조증·躁症)가 우울하고 무력함(우울증)이 한 가지 또는 반복되는 질환.

대한우울·조울병학회에 따르면 조울병은 인구 100명당 1~2.5명꼴로 나타나며,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사람 10명 중 1명(10~15%)은 나중에 조울증으로 최종 진단된다. 우울증이나 조증은 한번 생기면 약 6~9개월 지속된다.

황익근 원장은 "정신과에서도 조울증은 대개 적응장애로 진단 받는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조울증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황원장은 "환자 본인도 자신의 증상을 모르며 과거에 우울했던 적이 있냐고 물어도 대부분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울증은 전문가들도 진단이 쉽지 않을 정도로 까다로운 병이어서 치료의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울증의 우울한 시기를 우울증으로 판단해 일반적인 우울증 치료를 하면 증상이 더 자주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등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폭식·성적 떨어지는 청소년 의심해야

우울증이 주로 30~40대에 발병하지만 조울증은 주로 청소년기에 시작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10~20대 젊은 사람이 우울증 증상을 보이면 실제로는 조울증일 가능성이 있다.

청소년기 조울증은 우울감을 직접 호소하기보다는 ▲학교 부적응 ▲성적저하 ▲짜증과 반항적 행동 ▲나태하고 게으른 모습 ▲잠을 지나치게 많이 잠 ▲폭식 등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본인이나 부모들도 사춘기의 방황이나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로 생각하기 쉽다.

김창윤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복잡한 우울증, 조울증의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꾀병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청소년들의 조울증에 대한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분 조절제로 치료

조울증은 뇌의 기분조절 신경회로에 이상이 있는 병이다. 즉 신경 세포의 비정상적인 반응과 기분, 흥미, 의욕 등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 물질에 불균형이 생기면서 정상적인 기분 조절이 안 되는 것이다. 전덕인 교수는 "조울증은 기분 조절제로 치료한다. 조울증을 우울증으로 판단해 항우울제만 쓰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날씨와 계절에도 영향을 받는다. 햇볕을 쬐지 않으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세로토닌 등 뇌 내 화학물질의 불균형이 발생해 나른함, 무기력,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친구와의 갈등, 사업실패 등 심리적 스트레스는 조울증 증상을 악화시키고, 회복을 늦추므로 가족들의 관심과 이해도 중요하다.

술은 일시적으로 중추신경 억제 역할을 해 기분을 좋게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은 기분 조절의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킨다. 커피, 카페인 함유 음료는 기분 상태나 수면 상태를 악화시키므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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