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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자폐 같지 않은 자폐 ' 왕따의 씨앗 자폐스펙트럼 장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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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같지 않은 자폐 ‘왕따의 씨앗’… 자폐스펙트럼장애

 


 


《자폐 연구가 활발한 선진국에선 10여 년 전부터 자폐증 대신 자폐스펙트럼장애

 

(ASD·Autism Spectrum Disorder)란 용어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1943년 처음 등장한 자폐증이 언어 사회성 행동에서의 심한 지체를 의미한다면 ASD는 증상은약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다양한 장애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경기도 한 지역의 초등학교 29곳에 재학 중인 아동 3만 명과 이들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ASD 유병률(有病率)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책임 연구자인 미국 예일대 의대 소아정신과 김영신 교수는 “국내에선 ASD이면서도 증상이 심하지 않아 자폐증으로 진단되지 않았던 아이가 많다”며 “사회성이 떨어져 또래에게 따돌림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방치돼 치료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김영미(가명) 양은 ‘동물박사’로 불린다. 동물을 다룬 백과사전을 읽고 또 읽고 관련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다. 끊임없는 동물 이야기로 친구들이 “쟤 또 시작이야”라고 지겨워해도 멈추지 않는다.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것.

 

이소민(가명·9) 양이 다니는 길은 항상 정해져 있다. 정해진 규칙을 지나치게 따른다. 엄마가 택시를 잡으려고 차도로 내려서면 깜짝 놀라며 인도로 끌어 올린다.

 

다소 이상하지만 친구와 어울리고 별다른 지체도 없는 영미와 소민이. 장애로 여겨지지 않았던 이들은 이번 한국ASD유병률 연구에서 치료가 필요한 ASD로 진단됐다. 기존의 자폐 진단 잣대를 들이댔다면 ‘정상’으로 방치됐을 아이들이다

 

이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루돌프어린이사회성발달연구소 고윤주 소장은 “ASD는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황 파악 능력이 떨어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만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어 사회성 행동에서 문제 보여=언어 사회성 행동(또는 관심) 등 3개 분야에서 다양한 수준의 문제를 보인다. 언어(또는 의사소통)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말이 늦고 이를 대체하는 몸짓 등 다른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것.

 

생후 1년 6개월에도 원하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못하거나 엄마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물건을 쳐다보지 못한다면 ASD를 의심할 수 있다.

 

사회성(또는 상호작용)에서의 이상은 △엄마와 눈을 맞추지 않고 △애정 표현이 적으며 △얼굴 표정이 지나치게 단조로운 경우. 커서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몰라 친구가 없고 소외된다.

 

행동 특성은 손가락이나 손을 털면서 놀거나 동일성을 고집하는 것. 변화에 강력히 저항하는 것도 한 특징이다. 집착이 심해 버스가 지나온 10개 정류장의 이름을 순서대로 외우기도 한다. 영재여서가 아니라 지나쳐 오는 동안 오로지 정류장 이름만 본 때문이다.

 

 


 
<!- HTN_MPHOTO 0 ->< ▽ASD의 유형별 특징=국내 영화인 ‘말아톤’의 주인공처럼 언어 사회성 등에서 심각한 지체를 보이는 자폐장애 외에도 문제를 보이는 영역과 정도에 따라 아스퍼거, 비전형자폐 등이 있다.

 

아스퍼거는 지능과 언어발달은 정상이지만 동물 자동차 등 특정 분야에만 높은 관심을 보인다. 또 많이 알기 때문에 영재로 오인되기도 한다. 사회성이 낮은 게 문제다.

 

고 소장은 “치료를 통해 부족한 사회성을 키우면 또래들보다 관심 분야에 깊이 빠져 탁월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전형 자폐장애는 ASD 가운데 증상이 가장 약하며 두 분야에서만 문제를 보인다. 지능이 정상보다 높으면 진단이 어렵다.

 

▽조기 발견해야 치료 성과 높아=자폐장애는 인구 1만 명에 5명 정도이지만 ASD는 165명에 1명 정도로 흔하다.

 

김영신 교수는 “학계에선 ASD의 원인을 유전적 요인에 의한 뇌 이상으로 보고 있다”며 “부모의 양육 태도가 자폐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ASD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선 공통적으로 염색체 2, 7번에 있는 유전자에서 이상이 발견됐다는 것. 연구자들은 치료 성과를 높이려면 조기 진단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윤주 소장은 “늦어도 3∼5세에 진단돼 행동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국내에선 한 자녀 가정이 많아져 형제와 상호작용하며 교정될 기회마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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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연구 세계적 권위 加 에릭 폼본교수

 

 


 
<!- HTN_MPHOTO 2 -><“캐나다에서는 ASD의 대부분이 5세 이전에 진단됩니다. 부모뿐 아니라 소아과 의사, 유치원 교사도 장애의 증상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폐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캐나다 맥길대 의대 정신과 에릭 폼본(52·사진) 교수는 25일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자폐에 대해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26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폼본 교수는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이에게서 자폐가 생긴다는 견해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자폐는 유전적 요인에 따른 뇌 구조의 이상이기 때문에 애착 관계를 회복해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형제 중 한 명이 ASD일 경우 다른 한 명의 발병률은 일반인에 비해 18배 정도 높지만 유전자가 거의 같은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이 ASD라면 다른 한 명의 가능성은 약 150배라고 밝혔다.

 

폼본 교수는 “영국에서 3세를 대상으로 2년 동안 이뤄진 행동치료 연구 결과 치료를 받은 아동의 인지 능력은 약 30% 개선된 반면 방치한 아동은 그대로였다”며 “진단의 시기, 아동의 인지 능력 등에 따라 치료 효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ASD 유병률 조사의 공동 연구자인 폼본 교수는 2003년 캐나다 몬트리올 지역의 6∼17세 2만7749명을 대상으로 ASD 유병률을 연구한 결과 154명에 1명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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