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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늘어나는 젊은 치매 혹시 수애처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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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멀쩡한 청년 집 앞서 길 잃어 … 노숙 혹시 수애처럼 치매?

[중앙일보] 입력 2011.11.18 01:35 / 수정 2011.11.18 05:06

[J 스페셜 - 금요헬스실버] 늘어나는 ‘젊은 치매’ - 드라마 ‘천일의 약속’ 현실에선 …

서울에 사는 김상철(29)씨는 1년 전 건설 현장 근로자로 일하다 일자리를 잃었다. 현장 구조물 명칭이 잘 기억나지 않는 현상이 반복돼서다.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을 못 찾아 집 근처 공원에서 보름간 노숙을 했다. 그 후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 것은 예사고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찾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뭘 잊을까 싶어 돌아서면 메모를 하고 일기를 썼다. 밤에 화장실을 못 찾은 적도 있다. 6개월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는 “또 어떤 기억을 잃고,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20대에게 웬 치매? 치매는 노인병으로 알려져 있다. 50대만 해도 젊은 환자 축에 속한다. 그런데 50대 이하 젊은 치매 환자가 늘고 있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하 치매 환자는 7393명으로 2006년보다 93% 늘었다. 20~40대는 지난해 1305명이었고 5년 사이에 67.3% 늘었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176% 증가)만큼 늘지는 않았지만 그 못지않게 증가세가 가파르다. 삼성서울병원 서상원(신경과) 교수는 “5~10년 전만 해도 40~50대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게 신기한 일이었다. 요즘에는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 중 한 장면. 극 중 주인공서연(배우 수애 역할)은 치매 증상으로 기억을 하나씩 잃어간다. 자주 갔던 곳을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어두는 모습. [SBS 제공]

 최근 한 방송사의 드라마 ‘천일의 약속’이 인기를 끌면서 젊은 치매 환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주인공 서연(영화배우 수애 역할)이 기억력 상실 과정을 실감나게 연기하면서 건망증 심한 젊은 층의 불안이 커진다.

 치매는 뇌세포가 파괴돼 생긴다. 원인과 증상 등에 따라 알츠하이머·혈관성·전두측두엽 퇴행 치매 등으로 나뉜다. 보통 치매 하면 알츠하이머를 말하는데 전체의 절반 정도 된다. ‘천일의 약속’ 서연이가 여기에 속한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영 교수는 “치매는 대개 65세 이후에 나타나는데, 늙어서 생기는 치매는 대부분 알츠하이머(퇴행성치매)형이고 젊은 치매는 알츠하이머와 전측두엽 퇴행이 절반 정도”라고 말했다. 둘 다 비정상적으로 생긴 단백질(아밀로이드)이 쌓여 뇌세포를 파괴한다. 알츠하이머는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의 뒷부분 세포(해마)가, 전측두엽 퇴행 치매는 뇌의 앞과 옆 세포가 먼저 파괴된다. 노인보다 젊은 환자의 진행 속도가 빠르다. 삼성서울병원 나덕렬·조한나(신경과) 교수팀은 지난달 신경과학회에서 “고령의 알츠하이머 환자는 단순 기억력이 떨어지고 젊은 치매 환자는 기억력은 물론 계산·길 찾기·좌우 구별·언어 능력이 떨어져 글씨를 잘 못 쓰는 특징이 있다”고 발표했다.

[사진출처=SBS]
 젊은 치매 환자가 느는 이유는 혈관질환·스트레스·우울증과 유전 때문으로 추정된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심장병 등이 있으면 뇌의 혈관에 영양과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뇌세포가 서서히 파괴된다. 또 스트레스 등이 세포(해마)를 감소시켜 치매 위험을 높인다. 서울대 이동영 교수는 “이런 원인이 있으면 60~70대에 생길 치매가 40~50대에 올 수 있다”고 말했다. 20~30대 치매는 유전적 요인이 강하다.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다면 유전자(아포지단백 4형)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치매 완치법은 아직 없다.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을 처방 받아야 한다.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증가시켜 기억력 감퇴를 늦춘다. 약을 복용하면 망상·수면장애와 각종 문제행동을 줄일 수 있다. 이동영 교수는 “5~10년 후면 치료약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외국에서 개발된 백신이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젊은 치매 환자 지원책은 거의 없다. 서울시는 60세 이상에게만 치매 진단비 전액과 월 3만원을 지원한다. 환자 김상철씨의 고모부 권순채(55·건설업)씨는 “정부가 젊은 치매 환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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