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정보

 제목   힐링(healing), 이제는 힐링 할 때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3-12-05
 이메일    조회수   3656
오피니언 [정준성 칼럼]힐링(healing), 이제는 힐링 할 때

3년 전 여름으로 기억된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와 함께 강원도 홍천의 숲속 요양시설에 다녀 온 적이 있다. 그곳에서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 지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짧은 조우였지만 지인의 참여 동기를 듣고 생소함을 느꼈다. 그때 들은 내용들은 이러했다. 숙소에는 TV도, 컴퓨터도 없다. 휴대폰도 안 된다. 기름지고 과한 음식 대신 담백하고 영양가 있는 건강 식단이 제공된다. 그리고 몸의 건강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다. 요가와 명상도 그 중 하나다. 열흘 예정으로 참여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효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것들이었다. 비싼 비용이 약간 부담이긴 했으나 건강할 때 질병을 예방한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쪼갰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몸에 좋은 거 먹고 오래 사는 것, 즉 웰빙이 건강의 트렌드로 알고 있던 나로서는 ‘병에 걸려 아프지 않은데 왜 이곳에 왔을까? 우리처럼 여행이나 가지’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숲속 요양치료는 암등 질병 치료를 받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그곳이 당시에 유행하기 시작한 사전치유와 휴식의 개념을 도입한, 지금으로 말하자면 <힐링캠프>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지나친 상업화 돈벌이 전락

우리 사회에 불기 시작한 힐링(healing) 바람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는 작년이 아닌가 싶다. 그 선봉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은 출판업계다. 키워드가 부자, 성공 등에서 자기성찰, 비움, 욕심 내려놓기 등으로 바뀐 관련서적을 출간하면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힐링도 순풍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힐링은 웰빙을 제치고 곧바로 사회 문화 산업에 이르기까지 주요 중심 마케팅 키워드로 떠올랐다.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힐링 열풍에 빠트려 버린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그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당시 힐링 열풍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경기부진이 장기화되고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취업난 등 생존 경쟁에 내몰린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감, 위로, 치유에 대한 니즈(needs)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급증하는 이 같은 니즈에 편승해 힐링이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사회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고가의 힐링 프로그램이 중·장년층을 상대로 하는 돈벌이로 전락됐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런가 하면 일부에서는 힐링이 지나치면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무한경쟁사회에서 점점 낙오되는 듯한 개인의 패배감이 팽배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영혼 잃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나아가 사회병리 현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힐링을 힐링 해야 한다는 요지의 이색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힐링 열풍이 국민건강증진과 연결되기 위해선 각종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대략 세 가지 정도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힐링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그 시스템은 정신건강을 위한 생활밀착형이 돼야 한다는 게 그 중 하나다. 자연치유시설, 상담전문가, 항스트레스 상담센터 등을 확충하면 높은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질환을 예방하고 결과적으로 의료보험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또 한 가지는 기업은 근로자 힐링 지원을 강화함과 동시에 선 예방·감지, 후 치유를 통해 잠재적 정신건강 위험군을 상시 관리할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 진단을 정례화 하고 사내 인프라를 이용한 자가인지를 유도하는 등 정신건강 위험군에 대한 예방과 지속적 관리에 힘써야 근로자 삶의 안질과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논리다.

시스템 구축 의미있는 제안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소비자 내면을 심층 이해하고 맞춤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시스템구축을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가 직면한 다양한 내적 갈등과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소비자 삶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목표를 둔 힐링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매우 논리적이고 일리가 있는 제안이다. 복지 차원에서 정부를 비롯 관련기관에서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 후 힐링이라는 열풍에 국민 정신건강 증진이라는 배를 출항시키는 것도 좋을 듯싶다.

경기신문
출처 : http://www.k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5649

이전글 이전글 자살예보의 핵심은 언어다   2013-12-02   3860   
다음글 다음글 칼럼- 국민의 정신건강을 높일 예방...   2014-01-03   4076   

삭제 수정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