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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산후우울증은 심각한 병, 혼자서만 ‘끙끙’ 앓지 말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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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우울증은 심각한 병, 혼자서만 ‘끙끙’ 앓지 말라

<현장> 매터니티스쿨 산모교실, 서울삼성병원서 ‘산후우울증’ 강의
 

“아이가 징그럽게 느껴졌다”고 말한 산모는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가장 소중한 존재마저 qn담스러운 대상으로 만든 산후우울증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산모 85%가 출산 후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2시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열린 매터니티스쿨 산모교실은 400여 명의 예비엄마를 대상으로 전홍진 교수(서울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산모의 우울증 및 정신건강’이란 주제 강의로 시작됐다.

전 교수는 이날 미국 유명 배우인 귀네스 팰트로나 부룩 실즈의 산후우울증 경험을 예로 들며 산후우울증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브룩 실즈의 경우 오프라윈프리쇼에 출연해서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극복하려는 의지조차 없었다. 완전히 감정이 메말랐다. 단순한 우울인 줄 알았는데 점점 심해졌다’고 말했다”며 “지속되는 우울한 감정에 대해서는 우울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정 ‘문제 엄마들’에게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흔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우울한 감정 자체를 병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울감과 우울증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부터 3위인 암, 뇌혈관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을 제외하면 4위가 자살이다. 연간 1만5000명이 우울증으로 자살하고 있다. 우울증은 이제 간과해서는 안 될 질병이다.

실제 우리나라 산모의 85%가 출산 후 이틀부터 2주께 우울한 감정을 겪는다. 이를 보통 산후우울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대개 산모들은 이 시기에 산후조리원에 머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울한 감정을 극복하게 된다. 문제는 우울감과 불면이 몇 주간 지속될 때다. 산후우울증은 보통 6개월부터 발생하는데 출산 직후 2주 이상 불면과 우울감이 지속된다면 산후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무방비로 뒀다간 조울증이 반복되며 악화될 수 있다. 증상은 눈물이 쉽게 나고, 화를 내며, 좁은 공간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집중력 저하, 불면증 등으로 나타난다. 가족력이나 갑상샘 기능 장애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나, 특별한 이유 없이도 나타나기도 한다.

 

▲ 13일 서울삼성병원에서 진행된 매터니티스쿨 산모교실의 강의 모습   ©매터니티·여성신문


100명 중 1명은 산후우울증 치료받는 상태

해외에서는 이미 산후우울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호주는 공익광고를 통해 산후우울증 방지 캠페인을 내보낼 정도다. 미국의 경우 2008년 정신건강협회에서 진행한 ‘STAR*D-Child’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총 115명의 산후우울증을 겪는 엄마들과 자녀를 대상으로 우울증 치료를 실시하자 우울증을 치료한 이들의 자녀가 불안장애, 우울증, 파괴적인 행동 등에서 개선됐다. 60.8%(70명)는 엄마의 우울증 치료를 통해 자녀의 정신 건강이 개선됐으며,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는 39.1%(45명)였다. 산후우울증이 출산 후 자녀와 애착 형성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후우울증으로 60만 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100명 중 1명이 치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치료를 제때 받으면 원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지만 혼자서만 앓다 남편과의 불화, 육아 방치 등으로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 교수는 강연 도중 우울증을 앓던 한 산모가 남편의 휴대폰을 위치추적하고, 계좌를 감시하는 등 집착으로 이어진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심각한 경우지만 남편에 대한 불안감, 의심이 커지는 것도 산후우울증의 한 증상이다. 참석한 이선영(34)씨는 “두 번째 출산인데 산후우울증에 대해 관심이 높다”며 “아이랑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까 우울한 감정이 오는 것 같다. 정말 남편의 도움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산후우울증을 병으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며 “남편과 우울한 감정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약물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무엇보다 남편의 지지와 이해가 필요하다. 전 교수는 “예민하게 바뀌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부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며 “보통 남편들에게 출산 후 3개월 정도는 퇴근 후 바로 귀가할 것을 권한다. 육아를 돕고, 심하면 양쪽 집안에 이해를 구해야 새로운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편의 이해와 현명한 행동이 아내의 산후우울증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충분한 수면과 적절한 햇볕 쬐기는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 오전에 짧은 시간이라도 산책을 하면서 햇볕을 쐬고 커피·녹차 등 카페인 음료를 금한다. 햇볕은 눈을 통해 들어가기 때문에 선글라스는 잠시 벗어두길 권한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엄마들이 모유 수유 중 우울증이 심해져도 치료받기보다는 혼자서 끙끙 앓는 경우가 많은데 모유에 영향이 없는 약물도 많이 나온 상태라며 심한 경우 약물로 치료를 하는 것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산후우울증도 감기처럼 초기에 잡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엄수아 / 여성신문 기자 (soirum@womennews.co.kr)

여성신문
[출처] http://www.womennews.co.kr/news/68323#.UyosQLnNu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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